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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전환(준) 정의당 혁신요구안

by 전환_ 2023. 3. 6.
 
정의당10년평가위원회가 평가서를 공개하고, 전국순회당원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위원회는 선거/노선/조직 3가지를 주제로 정의당의 한계와 문제의식을 담아 혁신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 정의당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과 당원들의 혁신요구에 비하면 이 평가서는 매우 부족하다.
현 비대위는 출범과 동시에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 쇄신의 과제로 당명과 강령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이라는 이름을 포함,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약 한 달만에 비대위는 당명과 강령개정 등 주요한 사안은 차기 지도부만의 역할로 미루며, 방향과 일정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당대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재창당 결의안 또한 이 문서에는 빠져있다.
강령개정은 2015년부터 논의되었던 정의당의 오래된 숙제다. 2020년 21대 총선 이후 혁신위원회도 강령개정을 제안했고, 당대회에서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선거 준비 등 여타의 이유들로 지금까지 강령개정을 미루어 온 것이다. 당명 개정 또한 당 기층활동가들의 절박한 요구이다. 이제 '정의당'이라는 이름은 그 시효를 다했고, 지역활동의 걸림돌이 되기까지 하는 뼈아픈 현실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대위는 당명과 강령 개정을 포함한 재창당의 방향과 일정을 제안하고, 차기 지도부에 강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했다.
지역중심 운영 혁신에 대한 내용 또한 보다 구체화해야 했다. 조직강화사업단, 지역정치활동기금 등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몇 가지 제도를 개선하거나 도입하는 것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과 재정, 대의기구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과감하게 개편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중앙당과 원내정치 편향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추락, 민주당에 대한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상황에서도 진보정당이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기획과 세력화에 대한 고민도 담아야 했다. 대표 진보정당으로서, 사회운동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진보의 재구성을 포함한 전체 진보정치의 전망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을 내야 했다. 친민주당 경향성, 페미니즘, 청년정치 등 그동안 정의당의 주요 전략에 대한 평가도 빠져있다. 논쟁적인 사안은 피해가려는 의도였겠지만, 이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문제를 키울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지도부 구성에 대한 방안은 명확한 내용을 밝히고 있다. 비대위가 수차례 밝혀온 재창당, 노동, 지역, 진보정치통합, 선거연대, 지도체제 등 여섯가지 핵심 주제 중 다섯가지는 대부분 선언적 표현들로 채워넣고 있는데, 지도체제만큼은 부대표 숫자를 3인으로 줄이고 그 중 1인을 대표가 임명하는 것으로 가장 구체적이다. 비대위의 첫번째 과제가 빠른 시간 내에 혁신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지도부 구성에 대한 이해관계를 가장 중요하고 민감하게 다루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비대위의 진단부터 문제였다. 과연 현재 정의당 위기가 대표의 권한이 불충분하기 때문인가? 대표 권한이 축소된 현재의 지도체계는 2020년 21대 총선 직후 혁신위원회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당 위기는 2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고 그 이전의 심상정-이정미 대표 체제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인가? 이런 논리라면 현재 비례의원 총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의 진단과 다를 것이 없다. 최근 2년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비례의원들에게 묻자는 요구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례의원 사퇴도, 지도체계 개편도 아니다. 혁신안 맨 앞 줄에는 당원들의 열망을 모아낼 수 있는 메세지가 담겨야 한다. 진보정당으로서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이며,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지, 어떻게 기득권 세력과 맞설 것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전환(준)은 정의당 혁신요구안을 발표한다. 민주적 사회주의-생태 사회주의를 중심으로 제7공화국 수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자는 제안, 지역과 현장을 기반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 제2의 ‘거대한 소수’ 전략으로 국회 밖 민중들과 함께 극단적 불평등과 파멸적 기후위기를 불러 온 기득권 세력과 맞서야 한다는 제안을 중심으로 진보정치 2막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내자고 호소한다.
혁신은 당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논쟁과 갈등이 두렵다고 피할 수 있는 갓이 아니다. 비대위는 현재의 평가서와 혁신내용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당원들을 만나야 한다. 비대위 출범 당시 초심을 잃지 말고, 당직 선거로 넘어가는 요식행위로서 혁신안이 아닌, 향후 진보정치 10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한 혁신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전환(준) 또한 당의 책임있는 의견그룹으로서 혁신요구안을 발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함께 토론하고 실천하며 정의당의 혁신과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전환(준)_정의당 혁신요구안 보기 : https://drive.google.com/.../10cc0iUgek1fAr0KFE1ILw8.../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