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표 진보정당 구실을 제대로 해야 한다. 녹색당과 선택적 선거연대 반대한다!
회색도시의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온 민들레를 생각한다. 작은 민들레 홀씨 하나가 저 단단한 방해를 뚫고 노오란 꽃을 피워내는 모습은 경이롭다. 우리는 선거연합 정당이 제도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수준 높은 선거/정치 연합을 이루고 그 의미를 살리며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준의 커다란 명분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올 수 있으며, 그래야 짓밟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정미 대표가 다른 진보정당은 배제하고 녹색당과만 선택적으로 추진하는 선거연대 방안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신 갸웃하게 한다. 녹색당과의 선거연대 추진 소식은 여러 당원들을 당혹스럽게 했고 논란이 되고 있다. 전환은 녹색당과의 선거연대는 정의당의 혁신과 성장, 진보정치 확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명분도 실리도 실효성도 없는 방안이라고 판단한다.
이정미 지도부는 혁신재창당을 첫 번째 과제로 부여받은 지도부였다. 하지만 ‘자강’이라는 허울을 쓰고 현실에 안주하는 행보 속에서 재창당은 지지부진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꾸려진 비대위가 조사한 결과에서 정의당 비호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정체성의 모호함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과감한 진보적 정책대안과 급진적 사회정책으로 무장해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지기반을 만들거나 소위 전통적인 지지층을 확대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정미 대표는 이런 혁신과제는 등한시한 채 세력확장 방안에만 매몰됐다. 그마저 노동과 녹색을 비례후보로 영입하는 것과 녹색당과의 통합을 거의 유일한 방안으로 추진했고 이는 결국 혁신재창당 당대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연대’라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방식으로 불거졌다. 이는 녹색당이 가진 일종의 브랜드 가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고 내적 혁신은 사라진 선거연대 추진으로 성과없는 재창당의 책임을 면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녹색당과의 선거연대는 많은 진보적인 시민과 기후운동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며 진보정치가 견지해 온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 방안이다. 정의당이 기후정치를 전면화하고 핵심 가치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기후위기 극복과 체제전환 운동의 문제의식을 정치적으로 내면화해야 한다. 전환이 녹색당만이 아니라 진보4당과 사회운동 세력이 참여하는 진보정치연합 총선체제를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제한적 선거연대가 아닌, ‘진보정치연합 총선 체제’를 추진하자!
현재 검토할 수 있는 모든 선거연합의 방식은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행 선거제도가 이를 허용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의 제약을 넘어 이를 추진한다면 진보정치의 도약과 확장을 위한 담대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선거연합을 통한 실익도 있고 진보정치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 정의당이 대표 진보정당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녹색당과의 제한된 선거연대는 정의당의 미래를 여는 것이 아니라 닫는 것이며, 진보정치의 확장과 연대가 아니라 각개약진만을 가져올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진보정치의 공멸을 막으려면 ‘궤멸적인 생존 각축전’이 아니라 4개의 진보정당과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운동 세력이 동참하는 ‘진보정치연합 총선 체제’로 돌파해야 한다. 이미 <민주노총-진보정당 대표자 연석회의>를 통해 총선 공동 대응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지금 정의당이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단독 선거연대는 연석회의에 함께한 4개 진보정당 중에서 녹색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을 배제하는 것이고 이는 진보진영의 연대와 협동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 안에 새로운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거부로 이해되고 <민주노총-진보정당 대표자 연석회의>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면서 정의당의 입지와 운신의 폭을 오히려 좁힐 수도 있다.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이정미 지도부가 추진해 온 재창당과 당 혁신의 노력이 시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혁신없는 재창당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녹색당과의 선거연대는 당의 혼란과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의회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녹색당의 절박함에 편승해 총선만을 겨냥한 선거연대는 진보적인 시민들과 기후운동가들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녹색당과의 선거연대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 늦었지만 뼈를 깎는 내부혁신과 과감한 총선전략에 기반한 재창당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환도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3년 10월 27일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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