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의당이 소란스럽다. 사건 사고가 아니라, 진보정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쟁으로 생긴 소리인 만큼 반가운 소음이다. 그러나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두터운 시대의 혼란을 뚫고 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시대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소란과 소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왜 이 복잡한 재창당 토론을 시작했는지 잊지 않아야 한다. 정의당은 작년에 연속된 두 번의 선거에서 참패했다. 우리는 참패한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격렬한 토론을 시작했다. 정의당의 자체 진단과 외부의 평가는 대체로 일치했다. 노선과 이념·정체성의 모호함이 정의당 비호감의 원인이었다.
정의당 혁신과 재창당의 시작은 모호했던 진보정당으로서의 기본 노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2년 당 대회는 이 생각에 따라서 8대 기본방향을 특별결의문으로 확정했다. 대안 사회 모델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로써 당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노동에 기반한 사회연대 정당을 만들자는 것 등이 그것이다. 연합정치는 전략이 아니라 계기별, 사안별로 활용하는 전술일 뿐이라는 문장도 채택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토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가 왜, 어디를 향해 소음을 만들기로 했는지를 잊은 채 내는 우리의 목소리는 ‘3지대 신당론, 정의당 해체 후 신당 창당론, 대안 신당론, 비진보 중도 신당론, 중도정당 연합론’ 등으로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우리는 작년 두 번의 참패 이후에 국민에게 약속한 혁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 약속을 대신한 자리에 들어와 있는 것은 당의 정체성과 이념·노선을 분명히 하는 조치가 아니라, 이것을 희생해서라도 의석을 확보하자는 모종의 작전들에 불과하다.
정치·사회운동 단체 <전환>은 정의당이 궤도를 이탈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모든 토론과 제안은 우리가 합의한 2022년 대의원대회 특별결의문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만장일치의 결론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전환>은 그 책임을 자임하면서 4대 방향전환을 제안한다.
첫째, 당의 노선과 이념·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정의당은 사회적 약자들의 정당이며, 차별받는 노동자와 장애인, 여성들의 정당이다. 자본과 이윤 중심의 사회를 노동과 사회공동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민주적/생태적 사회주의로 당의 기본 이념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이것을 반영하여 당의 이름과 강령 개정에 나서야 한다. 당의 색깔과 이념을 더 모호하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하는 당명과 기본 노선을 천명하고, 민생과 노동의 현장으로 돌진해야 한다.
셋째, 정의당이 앞장서서 전체 진보정치 진영의 재편 방향을 밝혀야 한다. 평상시에는 각자의 이념대로 당을 운영하더라도 중대한 정치·정세적 계기 앞에서는 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보 공동집권전략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제안이다. 2000년이 진보정치의 대중적 시작점이었다면, 2023년과 2024년은 협동하는 진보정치의 출발점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넷째, 위의 사항들을 책임 있게 토론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중앙당 조직 개편과 함께 지역 진보정치의 기초인 지역위원회 재건과 혁신에 당의 핵심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당의 기초부터 재창당되어야 한다.
민주당-국민의힘, 기득권 양당 정치 체제로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제3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10년 전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때 바로 지금과 같은 논리와 말로 그 정당성을 설명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안철수 신당이 아니라 ‘진짜 진보정당’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이 정의당 재창당의 바른 길이다.
<전환>은 정의당 재창당과 신당 창당을 둘러싼 여러 가지 흐름과 주장에 대해 더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다음 성명에는 당내 ‘세번째권력’과 ‘대안신당모임’ 등의 주장에 대한 전환의 비판적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2023년 8월 2일
정치·사회운동 단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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