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명의 개인과 93개 단체가 <양회동 열사를 보내는 우리의 다짐>을 전합니다.
양회동 열사를 보내며,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자존심을 우리가 지켜내겠다고 다짐합니다.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에 우리의 연대가 더욱 든든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욱 크게 싸울 수 있도록, 오늘의 현실을 아프게 기억하고 이후를 벼려가겠습니다. 보수정당에 기대지 않고, 더 넓은 연대와 단단한 공동 투쟁을 만들어가겠다는 사회운동과 시민들의 다짐입니다.
양회동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입장 전문 : bit.ly/양회동열사를보내는우리의다짐_발표
[공동입장]
양회동 열사를 보내는 우리의 다짐
장례투쟁으로 이제 양회동 열사를 떠나보냅니다. 양회동 열사는 노동조합을 폄훼하고 탄압하는 국가폭력에 죽음으로 저항했습니다. 장례투쟁은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자존심을 우리가 지켜내겠다는 다짐의 시간입니다. 양회동 열사를 보내며, 우리는 이 다짐을 더욱 날카롭게 다시 세우겠습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공갈'로 만들며 탄압하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던 양회동 열사, 그것은 한 명의 건설노동자만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양회동 열사의 외침은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투쟁할 권리,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세상을 향해 단결하여 저항할 권리, 인간답게 존재할 권리를 지키겠다는 한국사회 모든 노동하는 사람들의 절규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세상을 함께 열망하는 우리는 양회동 열사를 추모하는 투쟁을 함께 해왔습니다.
그런데 양회동 열사 장례투쟁을 책임지는 장례위원회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동장례위원장으로 함께 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주요하게 역할해온 ‘관계부처 합동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는 2021년 문재인 정부 시기 만들어졌습니다. 지금과 같이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이 한통속이 되어, 폭행, 협박,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346명의 건설노동자가 송치되고 5명이 구속되었습니다.
이러한 탄압의 시작은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갑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집권 직후부터 수백 명의 건설노동자를 구속하며, 건설노조 파업과 현장 활동에 대해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 내내 이어진 노조 탄압은 ILO(국제노동기구)에 제소되어 탄압 중단 권고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건설노조와 민주노총은 ‘노조 죽이기, 공안탄압 중단하라' 외치며 투쟁했습니다.
이런 역사를 성찰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 더불어민주당이 양회동 열사 장례투쟁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건폭'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건설노동자의 노동권을 부정하고 탄압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이 양회동 열사의 뜻을 계승할 것이라는 신뢰의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이렇게 양회동 열사를 떠나보내게 된 것에 대해 우리는 복잡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건설노동자들이 탄압의 광풍을 맞으며 외롭지 않게 투쟁할 수 있도록 든든한 동지가 되지 못한 것이 아픕니다.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에 우리의 연대가 더욱 든든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욱 크게 싸울 수 있도록, 오늘의 현실을 아프게 기억하고 이후를 벼려가겠습니다.
열사를 떠나보내며, 양회동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자존심을 곱씹어 생각해봅니다. '무리하게 시키는대로'가 아니라 '천천히 정석대로'라는 원칙과 기준이 있는 일터를 만들었다는 자부심, 폐기물이 아닌 인간으로 존엄을 함께 지키는 관계를 만들었다는 든든함, 건설노조의 일원으로서 양회동 열사가 가졌던 긍지를 기억합니다. 양회동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마다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서 이름을 되찾은 우리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던 건설노조 동지들의 외침을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건설노조는 장례투쟁 이후 현장으로 돌아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그 투쟁이 건설현장 펜스 안에 갇히지 않도록, 현장에서부터 사회로 서로의 존엄을 잇는 투쟁을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 존엄을 무너뜨리려는 권력과 자본을 우리의 자존심으로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양회동 열사가 품었던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우리가 지어 가겠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세우며 건설 현장을 바꿔온 수많은 '양회동'과 함께 존엄을 짓는 여정에 함께 하겠습니다.
양회동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2023년 6월 22일
연명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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